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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94

정종, 피의 난세 속에서 평화를 택한 왕 조선 제2대 국왕, 정종의 삶을 다시 보다조선을 창업한 태조 이성계의 뒤를 이어 즉위한 정종(定宗, 1357~1419) 은 일반적으로 조명을 덜 받는 왕입니다. 왕위에 올랐으나 실권은 동생 이방원(태종)이 쥐고 있었고, 재위 기간도 불과 2년 남짓. 그러나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무장이자 충직한 아들이었으며, 가족을 아끼고 권력을 탐하지 않았던 평화주의적 군주의 면모가 드러납니다. 그의 이름은 본래 이방과(李芳果), 즉위 후에는 이경(李曔) 으로 개명했습니다. 그의 묘호인 ‘정종’은 1681년 숙종 대에 가서야 추증되었으며, 그동안 다른 왕들에 비해 낮은 예우를 받아왔습니다.아버지 이성계를 닮은 무장의 삶정종은 1357년, 함흥에서 태조 이성계와 신의왕후 한씨 사이의 차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첫째 형 이방우.. 2025. 9. 4.
순종,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의 비극과 고요한 저항 병약한 황태자에서 조선의 마지막 왕으로대한제국 제2대 황제이자 조선 왕조의 27대 군주로 기록되는 순종(純宗, 1874~1926). 그의 생애는 한 시대의 몰락과 맞닿아 있으며, 군주로서보다는 망국의 상징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무기력한 황제’로 치부하기엔 그의 삶에는 격동의 시대를 조용히 견뎌낸 고통과 저항의 흔적들이 남아 있습니다. 그의 본명은 이척(李坧), 자는 **군방(君邦)**이며, 연호는 ‘융희(隆熙)’입니다. 공식 시호는 순종문온무녕돈인성경효황제(純宗文溫武寧敦仁誠敬孝皇帝)로, 줄여서 순종 효황제라 불립니다. 조선 왕실의 법통을 계승한 대한제국 황제였기에 현대 학계에서는 그를 조선의 마지막 군주로 병기하기도 합니다.조선 최연소 세자, 유년기의 그림자순종은 1874년 창덕.. 2025. 9. 4.
고종, 격동의 시대를 이끈 대한제국의 황제 조선에서 대한제국으로, 고종의 이름에 담긴 역사조선 제26대 국왕이자 대한제국의 초대 황제인 **고종(高宗, 1852~1919)**은 조선 왕조의 마지막 국왕이자, 근대 국가로의 전환을 시도했던 군주로 기억됩니다. 태어날 당시 이름은 **이명복(李命福)**이었고, 나중에는 **이재황(李載晃)**으로 불렸습니다. ‘개똥이’라는 속칭은 부모가 자식을 병이나 재앙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일부러 붙이는 이름이었으며, 아버지 흥선대원군 이하응의 뜻이 담겨 있었습니다. 왕위에 오른 후 고종은 **형(㷗)**이라는 이름을 사용했으며, 이는 양부 문조세자(익종)의 이름에서 ‘火’ 부수를 따온 이름이었습니다. 흔히 일본 제국 시기의 문서에서는 ‘희(熙)’로 적히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개명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의.. 2025. 9. 4.
철종, 강화도령에서 조선의 왕으로: 비운의 군주가 남긴 짧은 흔적 천한 신분과 가난 속에서 자란 왕자조선 제25대 국왕 철종(哲宗, 1831~1864)은 조선 왕조 500년 역사에서 가장 극적인 반전을 이룬 인물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원래 그의 이름은 이원범(李元範)으로, 태어난 곳은 한성부 경행방(현 서울특별시 종로구 일대)입니다. 전계대원군의 아들로 방계 혈통에 불과했던 그는, 어린 시절부터 권력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철종은 한때 정치적 위기에 휘말려 강화도로 유배되었고, 14세부터 약 5년간 그곳에서 은거했습니다. 강화도 시절 그는 나무를 해 생계를 유지하며 사람들로부터 ‘강화도령’으로 불렸습니다. 이런 이력 때문에 조선 후기 기록에는 그가 종살이까지 했다는 소문도 전해집니다. 그러나 이는 당시 민심의 동정과 안타까움을 반영한 이야기로, 실제로는.. 2025. 8. 28.
인조, 혼란과 굴욕 속에서도 조선 후기의 기틀을 다진 군주 어린 시절, 왕위와는 거리가 멀었던 소년조선 제16대 국왕 인조(仁祖, 1595~1649)는 왕위 계승 서열에서도 멀리 떨어진 인물이었습니다. 본명은 이종(李倧), 자는 천윤(天胤) 또는 화백(和伯)으로, 선조의 맏손자이자 정원군(훗날 원종)과 인헌왕후 구씨의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임진왜란이 한창이던 1595년 황해도 해주행궁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부터 할아버지 선조의 총애를 받았다는 기록이 전해지며, ‘천윤’이라는 아명도 선조가 지어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광해군이 왕위에 오른 후 인조의 집안은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습니다. 정권을 장악한 북인은 선조의 서자 출신 광해군을 정통으로 세우기 위해 정적을 제거해 나갔고, 결국 1615년 인조의 이복동생 능창대군이 역모에 연루되어 유배지에서 자결하는 비극.. 2025. 8. 28.
조선 중기의 젊은 군주, 예종의 짧지만 굵은 통치 이야기 왕권을 다지고 기틀을 닦다, 19세 군주의 정치적 유산조선 500년 역사에서 가장 짧은 치세를 가졌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 군주가 있다면, 바로 **제8대 국왕 예종(睿宗, 1450~1470)**일 것입니다. 그는 아버지 세조의 강력한 왕권을 물려받고, 조카 성종에게 국가의 체계를 인계하기 전, 단 1년 3개월 동안 짧지만 굵직한 통치를 보여주었습니다. 오늘은 이 짧은 생애를 살다간 젊은 군주 예종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려 합니다.세조의 아들에서 국왕으로, 예종의 즉위 배경예종의 본명은 이황(李晄), 자는 명조(明照)입니다. 1450년, 세종의 아들 세조(수양대군)와 정희왕후 사이에서 태어났고, 본디 왕위 계승 서열에서 멀었습니다. 그러나 큰형 의경세자가 19세의 나이에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세조는 손자보.. 2025. 8. 28.